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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참사, 미국·EU 방산 입찰 발목 잡나...'대전 사고'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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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공학적 무지와 방심이 부른 인재“


국내 방산 원가 구조 병폐라는 지적도 나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공언한 ‘글로벌 토탈 디펜스 기업‘ 비전이 해외 수주 및 신인도 하락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측의 자의적인 저위험 공정 판단과 국내 방산 원가 구조에 가려진 무인화 지연이 참사를 반복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중대재해 리스크가 향후 미국과 유럽 등 방산 시장 입찰에 미칠 파장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향후 회사가 해외 무기 수출 계약이나 글로벌 입찰 평가에서 신인도 감점 등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방산 시장은 무기의 성능이나 가격뿐만 아니라 제조 기업의 노동 인권과 사업장 안전 체계를 핵심 심사 기준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EU 이사회가 승인해 공식 발효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은 자체 사업장과 자회사는 물론 공급망 내 협력사까지 포함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실사하고 예방·최소화할 의무를 진다.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발간한 ‘국내기업도 알아야 할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해당 지침상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종 모회사의 전 세계 연간 매출액 기준 ‘5% 이상‘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나 EU 역내 공공 조달 입찰 자격 박탈 등의 강력한 제재 조치가 수반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 조달청이나 글로벌 방산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시장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국내 방산 업계의 경우, 사업장 내 반복적인 인명 재해 이력이 실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결격 사유나 계약 파기 등의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의 주요 수입국인 폴란드, 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 역시 이 같은 EU의 글로벌 표준 규격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가 해외 수출 전선에 미칠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대외적인 리스크를 떠벌릴 때가 아니라 원인 규명을 확실하게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뉴시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뉴시스>

외형 성장에 가려진 방산 원가 구조, ‘사람‘ 대신 ‘자동화‘ 투자 가로막았나

장 교수는 위험한 공정의 전면적인 무인화와 자동화가 늦어진 배경으로 국내 방산 산업 특유의 원가 계산 방식을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방산업계는 현장에 인력을 투입할 때 생기는 인건비(노무비)를 그대로 보전해 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계로 바꾸기보다 기존처럼 사람을 계속 투입하는 노무비 의존 구조에 갇히기 쉽다“고 지적했다.

수조 원대 해외 수주로 겉은 화려하게 성장했으나, 현장 안전을 위한 자동화 투자는 이 같은 원가 보 방식의 한계에 가려져 후순위로 밀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측이 규정한 위험도 평가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화 관계자는 “과거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해당 공정을 자동화했다“면서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척 공정은 물을 다량 사용하는 특성상 화약이 무력화돼 당초 위험에 대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한화 측의 ‘물 세척 안전론‘에 대해 공학적인 위험물 관리 부실이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방산 추진제에 사용되는 폭발성 물질들은 물질 특성상 충격이나 마찰, 정전기만으로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며 "물 세척을 통해 온도를 낮추거나 습기를 주어 정전기를 예방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물질마다 특성과 양이 다르므로 철저한 통제가 수반됐어야 했다"고 짚었다.

이어 "사측은 사람이 위험 구역에 진입하지 않도록 격리했다는 관점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으나, 정작 세척 도구 등에 남아있는 잔류 화약의 충격 가능성이나 작업 자체에 내포된 위험성 관리체계는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 종합 도식.<편집 : 생성형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 종합 도식.<편집 : 생성형AI>

동일 사업장에서 세 번째 폭발…누적 사망자 13명 달해

이처럼 학계의 구조적·공학적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반복된 사고 이력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1일 오전 10시 59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세척공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발사체 추진체 제조에 사용된 도구의 잔류 화약을 세척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대전공장 폭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 고체 연료 충전 공정 폭발로 5명이 숨졌고, 불과 9개월 만인 2019년 2월에도 추진체 이형 작업 중 폭발로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해 단 한 곳의 사업장에서 세 차례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누적 사망자는 총 13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사고 당시 “사고 근본 원인을 찾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가 수조 원대 해외 수주로 외형은 급성장했으나 내실인 안전 시스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번 대형 인명 사고로 인한 단기적 매출 타격을 넘어 글로벌 국방 시장의 신인도 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원인 규명 및 수습 단계 이후 실질적인 현장 안전 시스템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추진해 온 해외 수주 드라이브가 선진국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에 발맞춘 근본적인 안전 보건 체계의 조속한 정비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과거 사고가 발생했던 공정과 이번 세척 공정은 완전히 별개의 공정“이라며 “과거 사고 공정에 대해서는 어제 사업장장 브리핑 때 설명했던 것처럼 설비 자동화와 인력 분리 등 적정 조치를 완료했으나, 이번 세척 공정은 별개라 해당 사항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전 사각지대 방치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그렇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관련 법률을 준수하며 철저히 사업장 안전관리를 해오던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향후 해외 사업 영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부분 작업중지 명령으로 해당 공정 조업이 중단됨에 따라 향후 생산이나 매출 측면에서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단계인 만큼, 이번 사고가 전체 글로벌 사업이나 계약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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